결핵균을 치료하는 항결핵제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중요한 약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소니아지드(Isoniazid)와 리팜핀(Rifampin)입니다. 이 두 약제들은 수십 년간 강력한 살균작용을 바탕으로 결핵 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들은 잠복결핵 치료 약제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핵약의 부작용이 종종 환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오늘은 이 대표적인 두 가지 결핵약의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잠복결핵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항결핵제 부작용
일반적인 결핵약 부작용
가장 흔한 결핵약 부작용으로는 피로감, 위장장애, 간 독성, 두드러기, 몸살 반응 등이 있습니다. 다행히 약제를 중단해야 할만큼 심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종 중단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에서 개별 약제 부작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소니아지드(Isonicotinic acid hydrazide, INH)
이소니아지드는 결핵균에 강력한 살균작용을 보입니다. 치료 초기에 결핵균을 사멸시키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경계 부작용
이소니아지드 복용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말초 신경병증입니다. 이는 약제가 비타민 B6인 피리독신의 부족을 초래하여 발생합니다. 손과 발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다행히 모두에게 잘 생기는 합병증은 아닙니다. 노인, 임산부, 수유부, 어린이, 영양실조, 알코올 중독, 간질의 기왕력, 만성 신부전, 당뇨병 등이 있을 경우 그 위험성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1가지 이상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예방을 위해 피리독신을 함께 처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젊고 건강한 환자들은 피리독신을 복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간 독성
최근 제 환자 중 간 수치인 AST, ALT가 약 2000까지 상승하여 약제를 중단하고 입원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이 수치는 정상 상한치의 50배에 해당합니다. 다행히 환자는 일주일 간의 치료 뒤 잘 회복이 되어 퇴원하였습니다. 이렇듯 간 독성은 복용 중인 항결핵제들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제로 변경하여야 하는 가장 흔한 부작용입니다. 가벼운 간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심한 경우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소니아지드는 간에서 대사 되는 약물입니다. 이 대사 과정에 생성된 독성 대사산물이 간염을 일으킵니다. 다행히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간 독성은 일반적으로 치료 초기, 특히 2개월 이내에 주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일차 항결핵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약 20%에서 무증상, 일시적인 간 수치 상승을 보일 만큼 간 수치 상승은 흔합니다. 많은 경우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정상치로 회복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외
그 외 드문 부작용으로 류마티스적(약제 유발 루프스), 피부과적(두드러기, 발진), 소화기적(복통, 오심, 구토) 그리고 혈액학적 이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제를 복약하는 동안은 환자는 정기적인 의사 진찰 및 혈액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리팜핀(Rifampin, RIF)
리팜핀은 리파마이신 약제인 리팜핀, 리파펜틴, 리파부틴 중의 하나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핵심 약제 중 하나입니다. 리팜핀은 사이토크롬P450(CYP450)이라는 효소 시스템을 통해 대사 됩니다. 이로 인해 같은 효소를 이용해 대사 되는 약물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복약 중인 약물이 있다면 주치 의사와 반드시 상의하셔야 합니다.
소변 색깔 변화
리팜핀이 대사 되어 소변에서 배출되며 오렌지색 혹은 붉은색에 가까운 소변을 볼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약물 배출의 과정이니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장 장애
속이 메슥거리거나, 구토 또는 설사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가능하겠습니다. 다만 오심, 구토는 간 수치 상승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꼭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과 같은 반응(Flu-like syndrome)
약을 먹은 뒤 1-2시간 뒤 몸살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 5-6시간 뒤면 호전되는 독감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다면 진통해열제를 먹으며 지켜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제 여성 환자 중, 약을 먹을 때마다 근육통과 발열이 너무 심해 치료 약제를 변경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증상이 힘들 경우 주치 의사와 꼭 상의하셔야 합니다.
간 독성
리팜핀은 흔하게 간 독성을 일으키는 약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간 독성 약제(이소니아지드 등)들을 함께 투약하는 경우에서 간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음주를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으니 복약 중에는 금주를 권고 드립니다. 이 역시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며,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결핵 혹은 잠복결핵 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들은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중추신경계 부작용
불편한 듯한 두통이 나타날 수 있고, 열감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진통해열제를 복약하며 경과 관찰이 가능합니다.
피부 반응
단순한 가려움증에서부터 피부 발진까지 다양한 피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몸의 일부에만 있으며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약하며 경과를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피부 반응이 급성 과민 반응일 경우, 약제 중단을 요할 수 있으니 주치의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약제를 중단해야 하는 결핵약 부작용
간 수치 상승이 심한 경우
간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5배 이상 증가했을 경우
간 수치 상승과 함께 동반된 증상이 있는 경우
간 수치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증가하고 증상(오심, 구토, 복통, 황달 등)이 동반된 경우
혈소판 감소증 – 리팜핀
리팜핀을 복약 중인 환자에서 자반이나 점상출혈을 동반한 발진이 있을 때, 혈소판 감소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리팜핀을 중단하고 혈소판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혈소판 감소증은 리팜핀 재투약의 금기사항입니다.
심한 전신 피부 반응이 있는 경우
전신에 홍반성 발진이 있으면서 점막에도 염증이 생기고 발열을 동반한 경우, 약제 유발 피부질환인 Steven johnson 증후군을 의심하여 즉시 약제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는 결핵 약제뿐만 아니라 항생제 등의 다른 약제들에도 해당합니다. 점막을 포함한 전신에 이상 피부 반응을 보인다면 주치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주의해야 할 음식이 있나요?
술
항결핵제를 복약하는 경우 항상 간 독성 가능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약이 간세포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알코올이 섭취되면 간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결핵 치료제를 복약하는 기간 동안에는 (힘드시겠지만) 반드시 금주하셔야 합니다.
자몽(grapefruit)
자몽에 들어있는 성분이 리팜핀을 대사 시켜야 할 CYP3A4의 억제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자몽이 리팜핀의 대사를 방해하여 혈중 리팜핀 농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게 만들 수 있습니다. 리팜핀으로 인한 부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팜핀을 복약하는 동안 자몽, 자몽 주스, 자몽 에이드는 모두 피해야 하는 음식입니다.
한약, 정체불명의 건강식품
한약에 들어간 어떠한 성분이 결핵약제와 상호작용할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결핵약을 복약하는 동안 한약은 중단하는 것을 권고 드립니다. 건강식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타민 등 일반적인 영양제는 대부분 복약이 가능합니다. 다만 정체 모를 건강식품(제발 드시지 마세요) 등은 결핵약 부작용 위험성을 높입니다. 주치 의사와 반드시 상의가 필요합니다.
그 외 대부분의 음식은 일상적인 섭취로는 부작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결핵치료 및 잠복결핵 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두 가지 약제,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의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도 유익한 정보로 포스팅하겠습니다.
※ 포스팅하는 모든 의학 정보는 근거(evidence)를 바탕으로 합니다. 하지만 본 포스팅은 참고 목적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건강 문제는 꼭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